레터7942를 보내드린 지 3개월이 지났어요.

즐겁게 읽고 있으신지,

매번 휴지통으로 향하는 건 아닐지

셀프 중간고사를 치르려 해요.

잠시 잠깐 시간 내서

님의 생각을 들려 주시겠어요?

1분이면 돼요. 정말이에요!

처음의 23년동안 제게 ‘행복’은 뭔가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것들을 가지고, 남들이 부러워할 사람이 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만난 후 저는 정말 많은 것을 잃었고, 지나가는 거의 모든 사람이 ‘쯧쯧쯧’ 동정해 마지않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저를 보면 ‘안 됐다, 얼마나 불행할까’라고 여겨지는 모습을 하고 있던 그 당시의 저는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작은 부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돌아온 후, 산소호흡기를 떼고 나서 몇 시간 뒤에 처음 맛보았던 물 한 모금의 시원함을, 그 행복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무같이 느껴지던 딱딱한 이식한 피부를 뚫고 자라난 눈썹 하나를 발견했을 땐 이제 진짜 내피부가 되었구나 싶어서 뛸 듯이 기뻤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당연하다고만 여겼던 지금 이 순간이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이, 어떠한 마땅한 당위성도 없이 그저 ‘선물’처럼 주어진 것임을 깨닫고 나니 매일의 모든 일상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봉사라는 걸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생 때였는데 당시에 나름대로 ‘나는 누구인가’ 이러면서, 존재와 인생의 이런저런 고민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을 보호하는 일시보호소에서 생후 몇개월이 되지 않은 아기들이 울면 우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는 봉사를 하러 다녔습니다.

아기들을 보며 마음 한켠이 참 아프기도 했지만, 꼭 좋은 부모를 만나기를 기도하며 아기들을 만나러 갔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아기들을 돌보면서 오히려 제가 돌봄을 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살아가야 되는 존재로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때 저의 마음이 다시 소생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시간을 값 없이 나누는 일이 결국은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은 내 시간을 빼앗는,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플러스를 너무나 많이 얻게 됩니다. 

인생의 허무함이나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는 분들께 혹은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 분들께, 나 혼자 살기도 버거운데… 내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데… 라고 생각되는 분들께 도리어 봉사를 통해서 나와 전혀 상관없었던 타인에게 마음을 나누고 사랑하고, 또 내가 사랑을 받는 경험을 해보시라 그렇게 권하고 싶습니다.

타인을 사랑해보는 경험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살아갈 이유와 동기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내가 더 많이 가졌고, 당신은 이게 부족해 보이니 내 것을 좀 줄게요’하는 나눔이 아닙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느낌으로 주는게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의 삶이 소중하듯 당신의 삶도 소중하기에 당신의 인간다움도 지켜져야 합니다’라는 생각으로 나누어져야 합니다.

당신은 나의 이웃이기도 하지만, 곧 나 자신이기도 하기때문에, 우리 모든 생명에게 부여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지켜져야 합니다.